『2020, January』 ─ 당신과 함께 있어 따뜻한 연말

01

 

• CoC 7판 룰 / 롤플레잉 중심, 레일로드형
• 인원: 수호자와 탐사자 각 1명
  • 관계조건: 함께 해돋이 여행을 갈 정도의 돈독한 사이(+설정은 아래 참조)
• 배경: 현대 한국 (개변이 어려울 수 있음)
• 추천 기능: 관찰력이 있으면 좋고, 운이 좋은 탐사자가 유리
• 추천 직업: 소박한 여행이므로 재력이 너무 높지 않아야 조금 더 로지컬

 

탐사자 설정

1. 탐사자가 먼저 해돋이 여행 이야기를 꺼내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2. 자동차 운전을 할 줄 아는 성인이어야 합니다.
   • 일반적인 운행이므로 기능치는 필요 없습니다.
3. 기분이 안 좋은(삐진) KPC를 달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 두 사람이 연인 관계일 필요는 없습니다.

KPC 설정

1. 탐사자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 단순 아는 사이, 관심, 호감보다는 큰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 마찬가지로 연정일 필요는 없습니다.

 

쌀쌀하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차가운 빗방울이 얼어붙기 시작하네요.
한 해의 마지막 달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시간 속에 당신과 KPC의 행복이 담겼든, 눈물이 담겼든, 한 해가 저무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당신은 KPC와의 연말 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마지막 일몰과 첫 일출의 순간을 함께 볼 수 있는 해돋이 여행을요.
늘 같은 속도로 흐르는 날짜가 한칸 한칸 움직여 달력의 마지막 장에 자리 잡은 조그만 동그라미 하나에 다다르면, 드디어, 서른한 번째 공백을 채운 올해의 마지막 여행이 시작됩니다.

이 여행은 당신과 KPC의 이야기 속에 어떤 추억을 새기게 될까요?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당신과 함께 있기에 따뜻한 연말.
당신은 운전대를 붙잡습니다.

 

 

 

주의사항

1. 플레이에 앞서 수호자와 플레이어 모두 시나리오 이용에 관한 공지사항(링크)을 반드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시나리오 운용과 관련한 기본적인 주의사항은 해당 공지사항의 내용을 따릅니다.
2. 연말을 기념해 수호자와 플레이어 간의 롤플레잉을 즐기기 위해 작성한 시나리오입니다. 레일로드 형식이지만 탐사자의 자유로운 롤플레잉과 판정 시도가 가능하며, 정해진 탐사의 비중은 거의 없습니다.
3. (2019. 12. 30. 추가) 일말의 노파심에 공지를 추가합니다... 시나리오 본문은 전반적으로 쓸쓸하거나 다소 울적한 분위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해피엔딩이 보장되어있거나 힐링을 추구하는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4. (2019. 12. 30. 추가) 시나리오 엔딩 이후 탐사자의 외관 설정 일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5. 시나리오 저자는 본 주의사항과 본문에 언급된 안내사항의 미숙지, 플레이 방향 합의의 불충분, 시나리오의 결말에 대한 수용범위 차이 등에 의해 일어나는 수호자-플레이어 간 갈등에 일절 관여하지 않습니다.

 

 

이하 내용은 시나리오의 중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수호자로서 세션을 플레이 할 분들께서만 열람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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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 안내

• 탐사자의 제안으로 탐사자와 KPC가 함께 신년 해돋이를 보러 갑니다. 매년 꼭 챙기던 여행이든, 올해 들어 특별히 계획한 여행이든, 함께 '1월 1일 첫해가 뜨는 것을 보러' 가기로 해 두었던 여행이면 됩니다.
• 비교적 쓸쓸한 느낌을 주는, 롤플레잉 중심의 레일로드 시나리오입니다. 꼭 필요한 롤플레잉 포인트는 가이드로 적어두었지만, 별도의 언급이 없더라도 탐사자와 KPC의 롤플레잉은 꾸준히 이어가 주세요.
• 여행의 원래 목적지는 미곡 통래포구. 완만한 해안 끝자락에 위치해 마지막 일몰과 첫 일출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가상의 관광 명소입니다. 기본적으로 충청남도 유고시 미곡읍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KPC와 탐사자의 주거지로부터 2시간여 떨어진 곳이면 어느 도여도 상관없습니다.
• 여행 시점은 2010년 12월 31일이지만, 플레이 도중에는 정확한 연도를 언급하지 말아 주세요. 탐사자가 먼저 명확한 시간을 궁금해하거나, 틀린 날짜를 언급한다면 불현듯 알 수 없는 데자뷔를 느낍니다. 계속해서 명확한 날짜를 알고 싶어 하거나 추궁하는 경우, 물리적인 페널티를 활용해서라도 실제 연도를 알 수 없도록 해 주셔야 합니다.
• KPC는 어째서인지 여행 시작부터 조금 우울한 기색을 보입니다. 연말에 몰려온 스트레스 때문인지, 며칠째 계속된 흐린 날씨 때문인지, 여행에서 탐사자와 싸우게 되는 안 좋은 꿈을 꾸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KPC는 탐사자를 평소보다 조금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여행이 마무리되어가는 후반부와 잠에서 깨어난 후에는 탐사자 덕분에 기분이 풀립니다.
• 이후의 본문은 곧장 플레이 장면부터 서술합니다. 시나리오를 읽고 있는 수호자분께서도 플레이어가 되었다고 생각하시고 흐름을 한번 훑어주세요. 사건의 진상을 먼저 파악하고 싶은 수호자는 문서 마지막의 '숨겨진 이야기'를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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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미는　
재앙이나 탈 따위가 생긴
원인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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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January.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당신과 함께 있어 따뜻한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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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ravel to the Chaos

♬ Opus - Ryuichi Sakamoto

오늘은 당신과 KPC가 연말 해돋이 여행을 가기로 한 날입니다. 1박 2일짜리 짧은 여행이지만 그 어떤 여행보다 의미가 깊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모든 추억을 돌이켜보며 한 해를 갈무리하고, 다음 해의 행복을 기약하는 날이 될 테니까요.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길, 먼저 여행을 제안한 쪽이 당신이었듯, 운전대를 잡은 쪽도 당신입니다. 당신과 KPC가 차를 타고 출발한 지는 벌써 두 시간쯤이 흘렀습니다. 두 사람이 탄 차는 복잡한 도시의 교차로와 고속도로를 거쳐 목적지에 가까운 국도로 내려왔고, 지금은 시속 40km의 완만한 속도로 안전하게 주행 중입니다.

이때, 탐사자가 원한다면 잠깐 시선을 굴려 조수석에 앉아있는 KPC의 얼굴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관찰력 혹은 심리학 판정

• 둘 중 하나라도 판정을 시도하면 KPC가 닫혀있는 창틀에 팔꿈치를 댄 채 턱을 괴고 기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관찰력 판정에 성공하면 KPC가 턱을 괴고 있는 손의 손톱을 물어뜯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심리학 판정에 성공하면 KPC가 평소와 달리 미묘하게 우울한 기색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덜컹,

차 트렁크에 들어있는 여행 가방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탄 차는 산자락의 가파른 길로 접어듭니다. 차가 기울어지며 몸의 무게중심이 뒤쪽으로 쏠리자, 창틀에 팔꿈치를 댄 채 바깥을 바라보고 있던 KPC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을 꺼냅니다.

KPC : 와, 저기 봐. 올라오니까 저 멀리 동네가 다 보이네.

KPC의 말에 창밖을 보면 얇게 김이 서린 뒷유리 너머로 추위 속 하얗게 가라앉은 시가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때 탐사자가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면 비밀 운 판정

• 실패한 탐사자는 낙석도로 표지판을 목격하지 못합니다.
• 고개를 돌리지 않았거나, 운 판정에 성공한 탐사자는 KPC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낙석도로 표지판을 발견하게 됩니다.
• 낙석도로 표지판을 발견했더라도 이를 경계해 조심스럽게 운전하지 않는다면 타이어 펑크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잠시 탐사자와 KPC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여기서 앞의 관찰력/심리학 판정에 성공한 탐사자가 KPC에게 우울해 보이는 이유를 물어보더라도, KPC는 지나가는 기분이라고 둘러댈 뿐, 자신이 우울해하는 이유를 제대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난 뒤, 다시 한번 덜컹,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차체가 아까보다 훨씬 더 크게 흔들렸고, 소리도 큽니다.

※ 탐사자의 재력이 70 이상이거나 좋은 차를 가지고 있다는 백스토리가 있으면 차량 계기판에 타이어 상태 점검 알림이 켜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탐사자가 이에 별다른 반응 없이 계속 운전을 한다면, KPC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타이어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묻습니다. 이를 무시하고 계속 달린다면, 위 판정 여부와 관계없이 잠시 후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멈춰야 하게 됩니다.

♬ some sand – ibi

하는 수 없이 완만한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타이어를 살펴보면, 위 판정 결과에 따라 타이어에 펑크가 나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KPC는 같이 내려서 바퀴의 상태를 살펴보다 짧은 한숨을 쉬며 말합니다.

KPC : 이거 왠지 불길하다... 그냥 집에서 쉴 걸, 여행 괜히 왔나 봐.

탐사자가 KPC를 달래주려 하거나, KPC의 말에 서운해하는 기색을 보인다면 KPC는 사과하겠지만, 잠시 말수가 줄어듭니다. 탐사자가 화를 낸다면 말싸움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서먹한 분위기가 생기든, 작은 싸움이 일어나든, 두 사람 사이의 대화가 어느정도 끊어지고 나면, 둘 중 한 사람이 갓길 아래로 보이던 동네에서 까만 연기구름이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KPC : 어...? 저기 우리 가기로 했던 동네 아냐?

맞습니다. 화재 사고가 일어난 곳은 미곡읍 통래리의 상가 지역입니다. 멀리서 내려다보는 것으로는 아마도 그럴 것 같다는 짐작만 가능합니다. 휴대폰이나 차의 라디오, 각종 기기를 이용해 화재 사건을 알아보면, 연말연시를 맞아 숙박업소들이 붐비던 차에 일부 숙박객들의 부주의로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이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의 예시입니다. 더 자연스러운 방법이 있다면 다른 식으로 전달하셔도 괜찮습니다.

아나운서 : 통래포구 상황은 이제 좀 어떤가요?
리포터 : 오늘 오후 두 시경 발생했던 가스 폭발 화재는 이제 거의 진압되어갑니다. 하지만 화재 현장 근처는 여전히 당장 갈 곳이 없는 관광객들의 인파로 붐비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 관광객들이 새로 찾아갈만한 숙소가 없는 상황인가요?
리포터 : 네, 그렇습니다. 통래포구가 연말연시 관광 명소로 이름이 높은 만큼 숙박업체들 대부분은 월초부터 예약을 받기 때문에, 갑작스레 숙소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관광객들은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포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숙소를 옮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여기서 탐사자가 좀 더 알아보거나 직접 숙소에 전화를 걸어보면 탐사자가 예약했던 숙박 시설 또한 화재가 일어난 상가 지역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산에서 내려가려면 탐사자는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합니다.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탐사자가 차량 보험 서비스나 견인차를 부르려고 한다면 화재 사고 때문에 길이 막혀서 출동할 수 없다고 안내해주세요. 서비스 직원은 트렁크 아래의 임시 타이어를 꺼내 직접 바퀴를 교체할 수 있다고 안내해줍니다. 필요하다면 KPC가 먼저 나서 수리를 시작해도 좋습니다.

♬ Aqua - Ryuichi Sakamoto

트렁크에서 여행 가방들을 꺼내고 밑바닥을 들어 올려보면, 움푹 팬 공간 속에 비상용 타이어와 수리 도구, 설명서가 있습니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차체 아래에 잭을 끼워 돌려서 차량을 조금 띄워줍니다.
2. 터진 타이어를 고정하고 있는 너트를 풀어 타이어를 빼내 줍니다.
3. 새 타이어를 끼우고 다시 너트를 조여줍니다. 
4. 차체를 내려 잭을 빼낸 후, 너트를 다시 한번 단단하게 조입니다.

※ 탐사자가 방법을 모른다면 수호자가 위 방법을 알려주세요. 세부적인 롤플레잉은 생략하셔도 괜찮지만, 직접 롤플레잉을 하는 편이 후반 추억담을 나누기에 좋습니다.

 

타이어 점검이나 수리를 마치고 다시 차에 오르면, KPC는 '자기가 말실수를 해서 불행이 찾아온 것 같다.'라는 말과 함께 탐사자가 예약해두었던 숙박업소에 전화를 걸어봅니다. 화재의 영향인지,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KPC는 전화나 앱을 사용해 곧장 다른 숙박업소를 찾아보지만, 방이 남아있는 숙소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때, 촌스럽고 낡은 간판 하나가 탐사자의 눈에 들어옵니다.

해변이 보이는 산등성이 바로 아래에 아담한 민박집이 있습니다. 방 두 개가 나올까 말까 싶은 작은 건물에, 마당엔 트럭 한 대가 세워져 있습니다. 일몰이 보이는 바닷가와는 거리가 꽤 멀지만, 높이가 있다 보니 전망이 좋아 내일 아침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앱으로 산장을 찾아보면

• 통래민박, 통래여관, 통래펜션... 많은 것이 검색되지만 통래산장은 워낙 낡고 작은 곳이라 그런지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일몰은 한 시간 정도 남았고, 곧바로 산장을 향해 간다면 5분도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습니다. 임시 타이어를 단 채 화재 사건으로 복잡한 통래리나 통래포구로 향하려 한다면 KPC가 말립니다.

그래도 고집하면 차를 탄 채로 통래리에 내려갔다가, 도중에 임시 타이어가 터져 산장까지 걸어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경우 장면#2를 잠시 건너뛴 뒤, [장면#3]-[장면#4]-[장면#2]-[장면#5]-[장면#6] 순서로 이야기를 진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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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통래산장

♬ 자연, 숲, 새 소리

통래산장은 산등성이 아래에 존재감 없이 콕 박혀있는 자그마한 구식 양옥입니다. 산장이라는 이름이 도무지 안 어울릴 정도로 작고 초라한 것이, 입구에 걸려있는 촌스러운 간판이 없었다면 보통 시골집인 줄 알고 지나쳤을 게 분명해 보입니다.

벽돌을 쌓아 지었다가 한차례 증축을 한 듯 군데군데 시멘트가 발린 담벼락. 척 보기에도 저렴한 티가 팍팍 나는 붉은색 쌍골 기와지붕. 지붕 위에는 도색과 마감이 다 떨어져 가는 간판이 우뚝 서 있고, 그 가운데에는 파랗고 굵은 글씨로 '통래산장' 네 글자만이 덜렁 적혀있습니다. 지붕이며 담벼락에는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데 반해 마당에 세워진 트럭에는 눈이 쌓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누군가 사는 곳이 맞기는 한 듯싶습니다.

탐사자가 마당 문턱을 넘으면, 끼익, 하는 쇳소리와 함께 산장의 주인이 집에서 걸어 나옵니다. 뒷짐을 진 산장 주인은 탐사자와 KPC가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 묵묵히 두 사람을 쳐다볼 뿐입니다.

탐사자나 KPC가 방을 구하고 있다고 하면, 산장 주인은 느릿하게 현관문을 돌아보다가 무뚝뚝하게 답합니다.

산장 주인 :  하루?

산장 주인은 아무래도 말수가 적은 듯싶습니다. 하루를 묵겠다고 말하면 주인은 말없이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탐사자와 KPC가 따라 들어오지 않으면 현관 너머에서 고개만 내민 채 두 사람을 재촉합니다.

산장 주인 :  뭐 혀? 빨 드루와. 춰.

※ 탐사자의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산장 주인은 동네 주민들과 같은 방언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나, 롤플레잉이 어렵다면 조정해주셔도 좋습니다.

 

산장 주인을 따라 들어가보면 건물 안은 밖에서 본 것보다 꽤 아늑합니다. 산장 주인의 안내를 따라 부엌과 화장실로 통하는 문과 나란히 놓인 낡은 나무 문을 열면, 노란 장판이 깔린 빈 방 하나가 나옵니다. 방 구석에는 톳톳한 솜이불도 잘 개어져 있네요. 평소에는 난방을 하지 않는 방인지 아직 한기가 느껴지지만, 그래도 차 안에서 밤을 지새우지 않아도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화장실 안을 살펴보면,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비좁고 구식이지만, 깨끗하네요. 기본적인 세면도구가 갖춰져있고, 따뜻한 물도 잘 나옵니다.

부엌문은 잠겨 있습니다. 만일 탐사자가 이곳을 더 자세히 조사하려 한다면, 곧바로 엔딩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 하단의 숨겨진 이야기를 확인해주세요.

 

산장 주인은 하루 숙박비가 5만원이며, 화장실은 멀쩡하지만 부엌이 수리중이라 음식은 밖에서 먹고 들어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탐사자가 너무 저렴한 숙박비를 의심스러워 한다면 주인은 20만원으로 숙박비를 올리려 합니다.

얼마가 됐든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탐사자와 KPC는 가져온 짐을 풀어놓을 수 있습니다. 무뚝뚝한 산장 주인은 두 사람이 무엇을 하든 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갑니다.

이때, 듣기 판정을 합니다.

• 성공 시 산장 주인의 방 쪽에서 TV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높은 웃음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TV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시청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네요.

※ 탐사자가 부득불 산장 안을 탐사하려고 한다면, 본문 하단의 숨겨진 이야기를 참고해주세요.

 

♬ daydreaming – luke faulkner

산장 주인이 자리를 뜨고 나면, 두 사람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짐부터 정리하고 있던 KPC는 숙소를 정하고서야 기분이 조금 나아졌는지 짜잔, 하는 소리와 함께 가방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 하나를 꺼냅니다.

KPC : 고생해서 겨우 도착했으니까, 사진 한 장 찍을까?

카메라가 어디서 났냐고 물으면 KPC는 이번 여행을 위해서 며칠 전에 구입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더 자세히 묻는다면 카메라의 모델이 클래식 SX-70이고, 2008년 복고판의 중고품을 구입한 것이라고까지 알려줍니다.

카메라 안에는 필름이 20장 들어있고, KPC는 여분의 필름 한 통(20장)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KPC는 카메라를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카메라를 잘 다루지 못합니다. 탐사자에게 예술/공예(사진) 기능이 있다면 KPC 대신 사진을 찍어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KPC는 '너도 사진 찍을 줄 모르잖아!' 하고 카메라를 넘겨주지 않습니다.

※ 플레이를 유쾌하게 진행하고 싶다면 탐사자나 KPC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운 판정을 해서 찍힌 사진의 상태를 정합니다.

사진을 찍든 안 찍든 시간은 흐르고, 따스하게 내리쬐던 햇살이 서서히 붉게 물들어갑니다. 시간을 확인해보면 어느새 네 시. 일몰은 다섯 시 반쯤이고 일몰을 볼 수 있는 통래포구까지 걸어 내려가는 데는 삼십 분쯤이 걸리니,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네요.

※ 탐사자가 극한의 인싸 롤플레잉을 하거나, 대인기능 판정에 성공하는 경우 산장 주인을 설득해 트럭을 태워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5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식사를 먼저 해도 일몰을 보기 위해 급히 뛰어갈 필요가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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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가 지는 곳

♬ gymnopedie no. 1 - Kevin MacLeod

일몰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는데도, 포구에는 벌써 인파가 가득합니다. 팔짱을 끼고 걷는 사람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있는 가족,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학생들까지... 활기찬 분위기에 덩달아 기분이 나아지기라도 한 것일까요? KPC는 오늘 거의 처음으로 탐사자를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KPC : 탐사자, 낮에 계속 운전하느라 힘들었는데 배고프지 않아?

밥을 먹으러 가자는 KPC의 말에 탐사자가 동의하면, 주변 식당 중 하나를 찾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메뉴는 적당히 탐사자가 좋아할 만한 것으로 해주세요.

 

식당

식당은 거의 가득 찼지만, 다행히도 아직 자리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어떤 음식을 주문하든, 식사는 두 사람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늦게 나옵니다.

※ 주문하거나 식사하는 장면까지 롤플레잉으로 이어가 주셔도 좋고, 상황 설명만 하고 넘어가도 상관없습니다. 롤플레잉을 하는 경우 식당 주인은 산장 주인과 같은 지역 방언을 사용합니다.

식사를 하고 있자면 식당 주인이 틀어놓은 TV에서 오늘 오전 있었던 사고에 대한 보도가 흘러나옵니다.

진행자 : 화재 원인에 대한 전문가 소견을 여쭙기 위해 ○○○ 박사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사 : 예,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 오늘 통래포구에서 있었던 폭발 사고가 사고가 아닌 방화일 가능성이 있다고요.
박사 : 예, 그렇습니다. 화재 현장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진행자와 전문가의 대화가 들려오면, 식당 주인은 쯧쯔, 혀를 차며 TV 채널을 돌려버립니다. 탐사자가 자발적으로 식당 주인에게 말을 걸거나 화재 사고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경우, 식당 주인에게서 몇 년 전 관광 명소로 소문이 나고부터는 매년 꼭 사고가 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기념촬영

음식을 다 먹고 밖으로 나가면 바깥은 벌써 일몰이 시작됐습니다. KPC는 일몰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찍고 싶다며 빨리 포구 쪽으로 가보자고 탐사자를 재촉합니다. 음식을 다 먹지 않거나 서둘러 먹고 나가면 늦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몰이 잘 보이는 포구의 전망 좋은 자리는 이미 인파로 뒤덮였네요.

일몰 장면을 놓치기 전에 함께 사진을 찍으려면 최대한 빨리 인파가 없으면서 일몰을 볼 수 있을 만한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탐사자가 원하는대로 판정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관찰력을 사용해도 좋고, 대인 관계 판정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전혀 다른 기능이어도 말이 된다면 판정할 수 있습니다.

일몰이 잘 보이는 자리를 탐색하는 판정(기능 자유)

• 판정에 성공한 탐사자는 상가 건물들 뒤편으로 나 있는 조금 가파른 골목길을 발견합니다. 녹슨 난간을 둘러놓은 골목길 끝에는 오래된 공중전화부스 하나가 세워져 있지만, 두 사람 정도가 서서 기념사진 한 컷을 찍기에는 모자람이 없을 것 같네요.
• 판정에 실패한 탐사자는 끝없는 인파에 지쳐 고개를 내젓습니다. 그 모습을 본 KPC는 조금 아쉬운 얼굴로 카메라를 들어올립니다. '배경에 사람들 좀 찍혀도 어쩔 수 없지, 괜찮아.‘

 

한 손을 당신의 어깨에 얹은 KPC는 카메라를 든 손을 쭈욱 뻗어 올리며 말합니다.

KPC:  해 보는 게 좋은게 아니라, 너랑 같이 왔다는 게 좋아. 자, 웃자. 치즈-.

찰칵, 셔터가 여닫히는 소리 뒤로 지이잉, 사진이 인화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출력된 필름은 아직 새까매서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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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日歿

♬ La Dispute – Yann Tiersen (piano por Mario Viñuela)

피처럼 붉게 이글거리던 12월의 마지막 태양은 푸른 바다를 타오르듯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습니다. 밀려오는 파도의 포말 사이로 마지막 빛줄기마저 삼켜지고 나면, 텅 빈 하늘 위에는 태양이 남기고 간 붉은 안개만이 남는군요.

해가 지고 난 통래포구는 연말 관광지로 유명한 곳인 것 치고는 조용한 편입니다. 오전의 사고 때문일까요? 어째서인지 축제도 폭죽도 없는 길거리는 사람이 많은데도 쓸쓸하게만 느껴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바닷가에는 무거운 파도 소리만이 오고 갑니다.

그때, KPC가 안타까운 듯 탄식을 내뱉습니다.

KPC : 아, ... 이게 뭐야...

KPC를 돌아보면, KPC는 직전 함께 찍었던 사진을 들어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KPC가 보여준 사진에는 두 사람의 얼굴이 온데간데없습니다. 겨우 딱 한 장 찍은 기념사진 속에는 태양에 잡아먹히기라도 한 듯, 온통 까맣게 태워진 두 사람의 실루엣만이 남았네요. 아무래도 사진을 찍기 전에 카메라 조정을 잘못했던 것 같습니다.

돌이키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태양은 이미 져버렸으니까요.

KPC : 오늘따라 정말 하나도 되는 거 없다, 그치.

KPC는 투덜거리며 카메라를 집어넣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일몰이 지나면서 그나마 인파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탐사자와 KPC는 이제 자유롭게 부둣가를 거닐 수 있습니다.

 

부둣가

♬ 파도 소리 X Quiet Resource - Evelyn Stein

KPC와 함께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부둣가를 걷고 있으면, 해가 진 하늘 위로 둥근 보름달이 떠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KPC : 신기하다, 달도 보름달이네?

KPC는 그렇게 말하며 하늘 위를 바라보다가, 당신의 손을 붙잡습니다.

※ 이미 손을 붙잡고 있었을 경우에는 손에 힘을 주거나 반대쪽 손으로도 겹쳐 잡는 등, 행동을 강조해주세요.

탐사자는 손 안에 잡히는 KPC의 온기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KPC는 손을 잡은 채로 올 한해동안 함께 겪었던 행복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함께 여행을 갔던 이야기나, 새로운 경험을 했던 것, 일상적인 순간에서 기억에 남는 것 무엇이든 좋습니다. 플레이 도중에 이야기를 만들기보다는 캐릭터 시트를 채울 때 미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존 서사를 이어가고 있다면 이전의 기억들을 되짚어도 좋겠지요. 모쪼록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을 되짚는 시간을 가져주세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면 때마침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꼭 잡은 두 손 위로 작은 눈송이 하나가 내려앉습니다.

KPC :  눈 온다.

12월 말이니 첫눈은 아니겠지만, KPC는 마치 첫눈을 보듯 설렌 얼굴로 한참동안 눈송이가 떨어져 내리는 아득한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은 차츰 눈에 띄게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아직 쌓일 정도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쌓이기 시작하면 다시 이동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네요. 탐사자와 KPC는 산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만일 산장에 들르지 않고 임시 타이어를 끼운 채로 내려왔을 경우, 차로 돌아가보면 임시 타이어마저 터져 있습니다. KPC가 통래산장에 전화를 걸어 숙소를 잡고, 산장으로 향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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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

부둣가 산책까지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시간은 8시쯤이 되어 있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짙은 어둠이 내리고 나니, 산길 사이로 가리워져 있었던 산장은 밝게 불이 켜져 오히려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오네요. 산장 문은 열려 있지만 산장 주인은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잠이 오지 않을 시간이지만, TV도 없는 숙소라 별달리 할 일이 없네요. 이렇게 된 바에, 당신과 KPC는 차라리 내일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잠들기로 합니다. 잠자리에 들 채비를 마치고 나면 KPC가 다음과 같이 묻습니다.

♬ Our Future - Peder B. Helland

KPC : 탐사자는... 오늘 하루 어땠어?

탐사자가 어떤 식으로 답하든 KPC는 따뜻하게 웃으며 탐사자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종일 울적한 반응을 보였던 이유를 털어놓습니다.

KPC : 실 어제 좀 이상한 꿈을 꿨거든. 여행 갈 생각을 하니까 긴장해서 그랬는지도 몰라. 너랑 별것도 아닌 일로 싸움이 나서 멀어지는 꿈이었으니까.

KPC : 꿈 속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너한테 뭔가 듣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끝까지 그 말을 안해주더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서히 눈이 감겨옵니다. 두 사람을 감싸오는 달콤한 졸음 속에서 KPC는 인사를 건네듯 말합니다.

KPC : 잘 자, 탐사자. 해가 뜨면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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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日出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 알림음, 바람 소리

삐빅-, 삐빅-.

일출 시간에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이 울리고 있네요. 알람을 끄고 고개를 들어보면 먼저 잠에서 깬 KPC가 당신과 눈을 마주칩니다. KPC는 진작부터 일어나 있었는지 자연스레 외투를 챙겨와 당신의 어깨에 걸쳐주고, 밖으로 나가자며 당신을 재촉합니다.

숙소 마당으로 나와보면 마당 위에는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 있습니다. 고개를 들면 아직 흐려지지 않은 별들이 어둡고 탁한 하늘에 점점이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몇 분 후면 새해 첫 번째 일출이 시작됩니다.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이지요. 들뜬 표정으로 카메라를 한 손에 든 KPC는 동쪽 하늘을 등지고 선 채 당신을 향해 손짓합니다.

이번엔 꼭 예쁜 사진을 남기자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탐사자가 KPC 곁으로 다가가 함께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으면, 카메라를 이리저리 기울여보던 KPC는 문득 말을 꺼냅니다.

KPC :  근데 탐사자, 사실 나....

KPC :  아니다, 일단 사진부터 찍자!

※ KPC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탐사자가 열심히 추궁해도 이번엔 사진 찍을 순간을 놓치기 싫다며, 사진을 찍고 난 후에 이야기하겠다고 합니다.

 

♬ Happiness Does Not Wait (Original Mix) - Olafur Arnalds

그 순간 드디어, 멀리 보이는 능선 너머의 새해 첫 태양이 차가운 하늘 위로 온전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둑하던 하늘을 가르는 환한 빛줄기가 별들을 물리치고, 탁하게 가라앉았던 겨울 하늘의 구름들조차 찬란한 빛으로 빛나고 있네요.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 풍경 한가운데에서, 당신과 KPC는 첫번째 태양을 마주합니다.

그 소박하지만 장엄한 해돋이를 카메라 속에 가득 채우고서, KPC는 즐겁게 외칩니다.

KPC : 찍는다, 치-즈-.

그렇게 다시 한번 찰칵,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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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속된 재앙을
불행이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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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You, in the Mirror

덜커덕,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카메라가 하얀 땅 위로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닥으로 떨어진 카메라에선 지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필름 한 장이 출력되어 나오고 있습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까만 필름이 나오는군요. 아직은 사진이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할 수 없겠습니다.

이어서 탐사자가 주변을 둘러보거나, KPC에게 말을 걸거나, 직접 KPC를 살펴보면, KPC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충격받거나 당황한 탐사자가 주변을 둘러보려 하면 수호자는 자연스럽게 '침대 맡'에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고 말해주세요.

탐사자는 그제야 자신이 눈 덮인 산장의 마당이 아닌, 깨끗하게 정돈된 하얀 침실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 Sonderling - Joep Beving

새하얀 방 안에는 창문이 없습니다. 단단하게 자리잡은 철문에는 손잡이가 없습니다. 침대 하나와 협탁 하나를 제외하면 다른 가구 없이 휑한 방 안은 어쩐지 조금 춥네요. 당신은 그 한가운데에 흰 환자복을 걸치고 서서 침대 머리맡의 벽면에 걸린 수십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카메라

바닥에 떨어뜨렸던 카메라를 확인했다면 카메라에서 출력되어 나온 필름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속에는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는 KPC가 있군요. 그런 KPC 옆에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은 다름 아닌 당신입니다. 하지만, ... 당신은 의식을 잃은 채 병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모습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거나 관찰력 판정에 성공하면

• 카메라에서 출력된 사진 귀퉁이에 2020년 1월 1일이라고 적힌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침대맡에 걸린 사진들

벽면에 걸린 사진들 속에는 KPC가 웃고 있고, 탐사자 당신이 웃고 있습니다. 때때로 너무 어둡거나, 너무 흐리게 찍혀있는 추억 속의 사진들은 모두 하나같이 지난 밤, 그러니까 2009년의 마지막 날과 2010년의 첫 번째 날에 찍힌 사진들입니다. 각각의 사진들 아래에는 사진을 찍은 때의 시간, 간략한 상황과 함께 KPC의 메시지가 적혀 있습니다.

탐사자가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한다면, 수호자는 탐사자가 메시지를 읽을 때마다 플레이어 몰래 탐사자의 운 판정을 합니다.

운 판정에 성공할 경우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너와 함께 있을 때면 늘 행복했어.
• 너는 항상 내 기분을 따뜻하게 해줬지.
• 그래서 늘 너와 함께이고 싶었나 봐.

운 판정에 실패할 경우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너와 함께 있을 때가 그리워. 너도 그렇니?
• 너는 내 곁에서 따뜻했을까?
• 나도 네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어.

성공이나 실패 중 하나가 세 번 이상 나오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로 끝맺어주세요.

• 나는 결심했어, 탐사자.

 

침대

침대 위에는 당신이 몸을 일으키며 마구 흩어놓은 하얀 시트와 제 자리를 벗어난 베개가 놓여 있습니다. 명확한 기억은 없지만, 꽤 오랜 시간 사용해왔던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그 외에는 이상하리만치 별달리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 침대 바로 옆의 작은 하얀 탁자에는 물병과 컵이 놓인 쟁반과 티슈가 올려져 있습니다. 물이 담긴 컵이 하나 있고, 나머지 컵들은 겹겹이 쌓여 있네요.

물병 입구에 물방울이 맺힌 것을 보면 누군가 물을 따라둔 지가 오래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양새의 탁자에는 세련된 손잡이가 달린 서랍도 하나 달려 있습니다.

 

서랍

서랍 안에는 도톰한 편지봉투와 두 손 가득 들어오는 크기의 철제 상자 하나가 들어있습니다. 철제 상자에는 네 자리 숫자 비밀번호 자물쇠가 달려 있습니다.

◇ 편지

편지봉투를 열어보면 그 안에서 KPC의 필체로 적힌 편지가 나옵니다. 비어있는 나머지 공간이 쓸쓸해 보일 정도로 정갈하게 쓰인 편지입니다.

♬ Written on the Sky - Max Ric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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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지, 탐사자.

이 편지를 쓰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 듯해. 잠에서 깨어나서 어리둥절한 네 모습을 보고 실컷 놀려주다가 직접 설명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편지를 남기기로 했어.

방금까지 곁에 있던 내가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고 하는 게 네가 듣기엔 조금 이상한 말일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나한테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니까 걱정은 하지 마. 나는 너와 다르게 오랫동안 고민할 수 있었거든.

우리가 여행을 떠났던 날은 이상하게 운이 안 좋았던 것 같아. 자동차가 말썽을 일으킨 것도 그렇고, 하필 그날 불이 나서 숙소를 바꿔야 했던 것도 그렇고, 사람들한테 치이다가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던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네가 쓰러졌던 거 말야.

병원에서는 원인 불명의 뇌출혈이 있었다고 하더라. 병원으로 옮기는 게 늦어져서 더이상 손 쓸 방법이 없다고도 했고.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불행이라는 말의 무거움도, 눈앞이 깜깜해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도 그때 처음 깨달았어.

너는 나한테 많이 중요한 사람이었으니까. 아마 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난 곧 수술실에 들어가. 10년 내내 모두가 포기하라고 했었는데, 널 반드시 살려낼 방법이 있다고 하니까, 내 삶의 50% 정도는 걸어볼만 할 것 같더라.

50%래. 반이나 가능성이 있는 거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나, 인사는 하지 않을 거야. 대신 다른 걸 말해줄게. 네가 쓰러지기 직전에, 그 사진을 찍기 전에 말야.

그때 내가 하려던 말이 뭐였는지 알아?

... 나도 네게 따뜻함이 되었으면 좋겠다.

... ... 너도 내 곁에서 행복했다면, 그걸로 참 좋겠다.

그날 잃어버렸던 행운이 오늘의 나와 함께한다면, 나 꼭 살아남아서 해가 떠오르는 하늘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같이 가 줄 거지? 나 정말 오래 기다렸거든.

네 기억은 아주 긴 시간 동안, 우리가 함께했던 그 순간에 멈춰 있었으니까.

- Happy 2020, KPC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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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의 내용은 위 형태를 기본으로 두고 KPC의 성향과 상황에 맞게 다듬어주세요.

 

편지를 모두 읽고 나면 탐사자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었는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수호자가 판단하기로 전혀 짐작하지 못한 것 같다면 지금까지의 여행 기억은 2009년의 일이며, 탐사자가 10년동안 무의식 상태로 쓰러져있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주세요.

♬ Happiness Does Not Wait (Original Mix) - Olafur Arnalds

◇ 상자

상자의 비밀번호는 일단 2020입니다. 이는 단순히 진행 순서를 설정하기 위한 장치이므로, 탐사자가 편지를 읽고 난 후라면 다른 비밀번호로를 입력해도 열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탐사자가 편지를 읽기 전에 열어보려 한다면, 비밀번호를 우연히 맞추더라도 자물쇠가 열리지 않게 해주세요. 이후 적절한 숫자로 비밀번호를 정한 후, 편지의 말미에 남기는 인삿말이나 편지 뒷면의 메모 등을 추가해 해당 비밀번호를 알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비밀번호를 맞추면 자물쇠가 탈칵, 하는 소리와 함께 풀리며 상자가 열립니다. 상자 안에는 수십, 어쩌면 수백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 수많은 사진들 속에 담긴 것은 미동조차 없이 무의식에 잠겨있는 당신의 변함없는 모습과, 계절을 따라, 세월을 따라 변해가며 당신의 곁을 지킨 KPC의 모습입니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한장 한장 집어 살펴볼 때마다, 탐사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어쩌면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알고 있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살펴보고 나면, 상자 바닥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반짝거리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거나, 다른 어떤 방법으로든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치워내고 바닥을 볼 수 있게 되면 탐사자는 상자 밑바닥의 거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거울에는 '여행은 즐거웠어?'라는 한마디가 KPC의 필체로 적혀있고, 탐사자, 당신의 얼굴이 비치네요.

※ 어떻게 해도 거울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 Ending#2로 진행합니다.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익숙하면서 낯설군요. 분명히 당신 스스로의 모습인데, 어딘가 미묘하게 달라져 있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부분들 또한 결코 낯설지 않습니다. 당신의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친숙한 눈동자, 당신의 기억과는 다르지만 누군가가 떠오르는 입술...

거울 너머의 익숙하고 낯선 눈동자는 곧,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KPC,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은 틀림없이, 그 눈물의 주인일 겁니다.

탐사자는 더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자신의 신체 절반가량이 KPC의 신체로 교체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합니다.

이성 판정 (1/1D3)

※ 이후 탐사자에게 일련의 상황에 대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롤플레잉에 진심인 탐사자일수록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특별히 제한시간은 두지 않습니다.

엔딩을 결정하는 것은 위의 롤플레잉에서 '탐사자가 자신의 곁에 KPC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 긍정에 속하는 반응이라면 명확하게 네 곁에 있어서 행복했다는 말이 아니어도 Ending#B로 갈 수 있습니다.
• 반대로 부정하는 반응이라면(자신을 위해 목숨을 건 KPC를 원망한다던가, KPC의 부재로 인해 삶의 의지를 잃는다던가 하는 반응도 포함) Ending#W로 갑니다.
• 그 외의 반응은 대체로 Ending#N이고,
• 어떤식으로든 탐사자가 목숨을 잃는다면 Ending#D로 가주세요.
• 그밖에, 산장에서의 숙면을 거부한 탐사자와 KPC를 위해 Special Ending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2019.12.28. 추가)

 

구체적인 맥락은 아주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세션을 진행해 온 수호자분께 판단을 맡깁니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엔딩을 만들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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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곁에 있기에 따뜻할 수 있었던,
당신과 나의 마지막 여로

 

 

 

 

Ending#B. 곁에 있기에 따뜻할 수 있었던

♬ Melancholy - Alexey Kosenko

자각조차 할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당신을 기다려 온 KPC는, 당신이 곁에 있어 따뜻할 수 있었다는 말과 함께 당신의 곁을 떠났습니다.

KPC가 말했던 절반의 행운은 과연, 혼자 남겨진 당신을 기다려주었을까요? 아니면 마지막으로 남겨진 KPC의 신년 인사가 당신의 영원한 작별이 되었을까요?

온기가 전해져오던 손끝은 파리하게 떨려오고, 통제할 수 없는 반쪽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희뿌연 시야 너머로 보이는 사진 속에는 여전히, KPC의 웃는 얼굴들이 보이는데...

그때, 울먹이는 탐사자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KPC : 나도, 네가 있어서 행복해.

고개를 든 당신의 눈앞에는 어느새 흰 가운을 걸친 인영 하나가 다가와 있습니다.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원통형의 금속이 씌워져 있네요.

※ 여기서 탐사자와 짧은 롤플레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당신을 향해 다시 한번 인사합니다.

KPC : 다시 한번 아침 해를 보러 가자, 탐사자.

 

떠오르는 해는 다시 한번, 우리들의 표면을 비추었다. BEST END.

 

 

 

 

 

 

 

Ending#W. 당신이 재앙의 빌미가 되었기에

♬ Water Ripples - Enno Aare

드르륵, 탁.

며칠의 시간이 지나갑니다. 아니 어쩌면 며칠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10년의 세월도 느끼지 못했던 당신이 이제와 정확한 시간을 감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니까요.

아무튼, 저 소리가 들린 것은 정확히 열 두번째입니다.

몇 날 며칠을 잠도 자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으며 버틴 당신입니다. 그런 당신을 지켜보는 벽 너머의 누군가가 방금 쯔쯧, 하고 혀를 찼네요. 감옥 바깥 복도를 걷는 발소리가 멈추고, 벌레의 소리에 가까운 한숨들이 겹쳐오면 실험체 2010-1-1-A의 폐기일이 결정됩니다.

흰 가운을 걸친 연구자들은 KPC의 기록에 실패를, 당신의 기록에 폐기를 적어넣으며, 실험을 종료합니다.

 

태양은 다시 떠오르지 않았고, 겨울은 그렇게 얼어붙었다. WORST END.

 

 

 

 

 

 

 

 

 

 

Ending#N. 연속된 재앙을 불행이라 일컫는다

♬ I Giorni – Ludovico Einaudi

당신은 눈물과 어지러움 속에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갑니다.

사라지는 의식 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다시 찾아오는 겨울에도 따뜻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뿐.

10년 전 산장에서 쓰러진 이후 내내 뇌사 상태에 빠져 있던 당신이 멀쩡한 신체를 가지고 그 산장에서 다시 발견된 사건은 온갖 보도 매체에서 연일 보도되는 뉴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소리소문 없는 납치나 뇌사 상태 치료의 가능성을 두고 떠들썩할 뿐, KPC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당신의 말은 믿지 않습니다.

당신이 곁에 있기에 따뜻할 수 있다고 말하던 KPC의 목소리는 이제, 당신만의 기억이 되어 귓가를 맴도는군요.

다시, 쌀쌀하던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고, 차가운 빗방울은 얼어붙었습니다. 찬 바람에 몸을 웅크린 사람들은 더이상 하늘을 바라보지 않지요.

당신은 홀로 남은 차가운 겨울에 조금씩 적응해갑니다.

KPC의 빈자리와, 거울 속의 낯익은 모습들.

거울 위로 맞닿은 손끝의 온기는, 이 추운 겨울을 이겨낼 유일한 위로입니다.

 

차가운 겨울 위로, 한 줄기의 햇살만이 남아. NORMAL END.

 

 

 

 

 

 

 

 

Ending#D. 마지막이 된 여로의 끝에서

♬ Song for S - Tim Linghaus 

어지러운 시야가 꺼져갑니다. 당신은 점차 의식을 잃고 있군요.

그럼에도 당신이 웃음 지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의 곁에 KPC가 함께하기 때문일 겁니다.

네가 내 곁에 있기에, 따뜻할 수 있었으니까.

너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잊지 못할 정도로 행복했으니까.

얼어붙은 겨울에도 따뜻할 수 있다는 확신이 죽음을 맞는 당신의 입가에 작은 호선을 그립니다.

새카만 도시의 가장 낮은 지붕 위에도 머잖아 희고 깨끗한 겨울이 덮이겠지요.

 

시린 겨울 속에 잊혀진, 너와 나의 따뜻한 기억. DEAD END.

 

 

 

 

 

 

 

 

(2019.12.28. 추가) 어떤 방법으로든 통래산장에서 숙박하지 않았을 경우의 엔딩을 추가합니다. 플레이 중 언제라도 이 엔딩을 향하는 루트로 노선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본문에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 노선이 변경되는지는 아래 조건들을 체크해주세요.

1. 탐사자가 산장에 숙박하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경우; 여행지에서의 1박을 해결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1. 차에서 잔다: 길에서 자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춥고 불편합니다. 자는 내내 히터를 틀었다면 재력 판정. 판정 실패 시 에너지 비용 소모로 인해 재력이 1 감소합니다.
   2. 길에서 잔다: 단 하루라지만, 한겨울의 추위를 그렇게 쉽게 견뎌낼 수 있을까요? 건강 판정을 해서 실패하면, 다음날 동상에 걸립니다. 서둘러 병원을 찾아가세요.
   3. 경찰서에서 잔다: 안 그래도 복잡한 휴가철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보내려면, 현행범으로 잡혀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과를 얻게 됩니다.
   4. 병원에서 잔다: 좁아터지는 응급실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병원비도 나오고, 분위기도 우울하기 짝이 없네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갔을 때, KPC가 며칠 동안 싱숭생숭한 기색을 보입니다.
   5. 그 외의 경우들: 수호자가 상황에 맞게 판단해서 진행해주세요.
2. 탐사자와 KPC 두 사람 모두 밤 내내 잠들지 않았을 경우; 깨어있을 수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 오후 8시 이후의 롤플레잉 도중 최소 3회 이상의 건강 판정을 합니다. 실패하면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져듭니다.
   1. 두 사람 모두 끝까지 버티면; 일출을 보고, 즐겁게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2. 두 사람 중 하나라도 잠든다면; 더 오래 버티고 있던 쪽도 어느 순간 끔찍하게 깊은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느낍니다. 원래의 진행으로 돌아가 나머지 엔딩 루트로 진행해주세요.
3. 잠들기 전에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을 경우; 멀쩡하게 집에 돌아갈 수는 있지만, KPC가 며칠쯤 더 싱숭생숭한 기색을 보입니다.

 

 

Special Ending

♬ Our Future - Peder B. Helland

돌아가는 길에 오르자면, KPC와 함께한 하룻밤의 여행이 짧게만 느껴집니다. 가보지 못한 곳, 해보지 못한 것, 들려주지 못한 말들이 잠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네요.

전날 운전을 맡겨두었던 것이 미안했는지, 오늘은 KPC가 먼저 나서 운전대를 잡습니다. 조수석 시트에 느긋하게 기대어 앉아있자면, KPC가 당신을 향해 묻습니다.

KPC : 여행은 즐거웠어?

탐사자가 뭐라고 답하건, KPC는 웃는 얼굴로 덧붙입니다.

KPC : 난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았어. 사실 출발하기 전날 밤에 좀 이상한 꿈을 꿔서 기분이 안좋았는데... 꿈은 반대라는 말이 맞나 봐.

KPC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녹색 십자가 표시가 도드라지는 응급차 한 대가 다급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스쳐 지나갑니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응급차 신세를 져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 참 안쓰럽군요.

지나가는 생각을 놓아주고 바라본 KPC의 얼굴 너머로는,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의 평화로운 절경이 펼쳐집니다.

이번 여행은, 아주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불행이 빗겨간 자리에 우리들이 있었다. HAPPY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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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이야기

2009년 12월 31일 밤, 산장의 지하에 은신해 있던 미고들은 갑작스레 찾아온 탐사자 일행에게 비밀스러운 생체 실험을 가합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일찍 잠에서 깬 KPC에 의해 실험은 도중에 중단되고, 미완성 실험의 희생자가 된 탐사자는 그날 아침 일출을 보던 중 의식을 잃습니다.

의식을 잃은 채로 10년을 병상에 누워 있던 탐사자의 곁을 지킨 것은 다름아닌 KPC입니다. 함께 간 여행에서 일어난 사건이기에 책임감을 느낀 것일 수도 있겠고, 그 이전부터 탐사자를 아껴왔기에 그랬던 것일 수도 있겠지요.관계와 이유는 자유롭게 설정해주세요.

10여 년이 흐른 시점까지도 탐사자가 의식을 되찾지 못하자 KPC의 주변 사람들과 병원 관계자들은 탐사자를 포기하라고 설득하며, 종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KPC 앞에는 미지의 인물이 나타나 탐사자를 살릴 수 있는 '미래적인 방법'을 제안하게 됩니다. 탐사자를 100% 살리고, 이를 위해 희생하는 KPC에게도 50% 이상의 생존률을 보장한다는 방법을요.

의식을 잃은 탐사자를 매일같이 찾아가 곁을 지키던 KPC에게 절반의 확률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KPC는 결국 그 실험에 동참하기로 했고, 탐사자와 KPC는 비밀리에 다시 미고들의 은신처로 옮겨집니다.

미고들은 KPC의 신체 기관 50%를 탐사자의 몸에 이식하여, 불완전하게 맺어진 실험에 의해 소실되었던 생명력을 복원하려 합니다. 50%의 신체를 잃게 되는 KPC는 어떻게 살아가냐고요? 걱정 마세요. 미고들은 작고 예쁜 뇌를 담아놓을 통들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산장의 비밀

무뚝뚝한 산장 주인은 미고들에게 고용된 존재로, 통래리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어부였습니다. 통래읍이 포구를 중심으로 한 관광 산업에 주력하기 시작하며 항구와 어촌을 정돈하자, 어업을 통한 생계가 어려워졌고, 하는 수 없이 민박을 시작합니다. 그런 통래산장을, 은폐되었으면서도 인간들이 주기적으로 접촉해올 수 있는 실험실을 찾던 미고들이 발견한 것입니다.

탐사자와 KPC가 차를 타고 오던 중 일어난 화재 사고는 미고들이 일으킨 것입니다. 성수기에 사고를 일으키면 절박한 누군가가 변두리의 산장을 찾아오게 될 걸 알았던 것이지요. 산장의 미고들은 이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자신들의 실험에 이용할 무고한 실종자들을 유인해 왔습니다.

처음 산장 주인이 방으로 들어갈 때 들린 TV 소리는 미고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입니다. 이때, 혹은 다시 산장으로 돌아왔을 때 탐사자가 산장 주인의 방을 들여다 볼 경우, 오래된 옷장과 이불장이 놓인 평범한 방이지만 TV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소리를 낸 미고들은 공허의 빛을 사용해 모습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목격할 수 없고, 어떤 식으로든 산장 주인이 다시 나타나 탐사자를 가로막기 때문에 그 이상의 접근은 불가능합니다.

산장 주인이 수리중이라고 했던 부엌은 문이 잠겨 있습니다. 은밀행동과 열쇠공 기능의 복합 판정에 양쪽 다 성공해야 문을 열 수 있습니다. 한쪽이라도 실패한다면 산장 주인이 찾아와 탐사자와 KPC를 밖으로 쫓아낼 것입니다. 만일 탐사자가 부엌문을 열어본다면, 산장 주인의 말과 달리 부엌이 멀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싱크대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싱크대 아래의 찬장을 열어보면 지하실로 통하는 어두운 계단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기까지 발견한 경우 탐사자와 KPC는 정체가 들통난 미고들에 의해 살해당하며, Ending#D로 진행합니다. 엔딩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KPC의 롤플레잉을 이용해 몇차례 진행을 막아주세요.

 

카메라

사실 탐사자와 KPC를 덮친 불행이 모두 우연에 의해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KPC가 가지고 있던 카메라는 사실 불운을 가져오는 물건이었거든요.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피사체가 된 이의 행운을 좀먹는 카메라는 KPC도, 미고들도, 심지어 위대한 크툴루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미고들은 이 카메라를 역설계해서 탐사자의 행운, 즉 일종의 생명력을 복구하는 데 이용하려 합니다. 그러나 탐사자는 여행 내내 KPC와 함께 사진을 찍었죠. 다른 누구도 아닌 KPC의 신체 절반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KPC가 탐사자를 향해 '너도 내 곁에서 행복했는지'를 묻는 것이 마지막 엔딩을 결정하기 때문에, 플레이 도중에 같은 질문을 미리 던지거나 비슷한 대답을 미리 들어버리면 엔딩에서 탐사자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겠습니다. KPC 롤플레잉을 할 때 탐사자의 기분을 묻는 질문은 되도록 지양해주시고, 만일 그런 질문이 없었는데도 탐사자가 먼저 '나도 네 곁에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면 적당히 회피해주세요. 2009년의 불안한 KPC는 그 순간 탐사자의 말을 믿지 못했던 것입니다.

시나리오의 시작부터 끝까지, 탐사자와 KPC에게는 우연한 재앙들이 겹쳐오고, 그 속에서 두 사람은 갈등을 겪을 수도, 더 깊은 신뢰를 곱씹게 될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을 찾아온 우연한 불행이 KPC의 애정을 빌미로 비극이 되는 상황에서,

당신의 탐사자는 어떤 선택을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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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안녕하세요. 소중한 탐사자(앤캐!)와 간질간질한 연말 데이트를 가겠다는 일념으로 시나리오를 쓴 담델리 인사드립니다. 보통 자극적이고 광기가 묻어나는 작품 위주로 작업을 하다 처음으로 비교적 서정적인 이야기를 써보았네요.

수호자 안내에서 언급했듯, 시나리오 『2020, January』는 제목과 달리 2019-20년이 아닌 2009-10년을 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 의식을 잃은 탐사자가 그동안의 시간 감각을 상실하고, 다시 깨어났을 때 직전의 기억이 그대로 이어져 KPC가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 시나리오의 중심 연출이다보니, 본의 아니게 탐사자를 어느 정도 속여야 하는 방식이 되었네요. 이런 식의 반전을 싫어하시는 분들께는 호불호가 갈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2020년 시나리오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것은 19년도 초-중순이었는데, 한동안 바빠서 아이디어 단계에 멈췄고, 계속 손대지 못하고 있다가 연말이 닥쳐와서야 완성했습니다. 처음에는 2020년 새해가 떠오르는 순간에 흔적 없이 사라진 KPC를 찾으러 가는 탐사형 시나리오로 생각을 했다가, 그만한 볼륨의 시나리오가 되면 2020년 내에도 완결하지 못할 것 같아 생각을 바꿨어요. 덕분에 더 극적인 연출을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여전히 목표는 처음 계획한 대로 2020년 안에 몇 번의 후속 시나리오를 더 이어가는 것인데, 현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따라서 후속 집필 여부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 내용 중 음표 표기와 함께 적혀있는 음악들은 시나리오 집필 시에 청취했던 곡들입니다. 감성적인 장면들을 써 보는 것은 처음이라 분위기 전달을 돕기 위해 한번 기록해보았는데요. 시나리오 라이터의 BGM 추천으로 보셔도 좋고, 장면의 분위기를 파악하신 후 새로 선곡을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19. 12. 15. 담델리

 

 

◆ 시나리오 플레이 후기나 질문은 아래 댓글로 남겨주시거나 트위터 (@D4HMdeliae) D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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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2.16. 공개 배포
• 2019.12.28. 스페셜 엔딩 추가
• 2019.12.29. 노말 엔딩 스크립트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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